성명서 주민 동의 없는 영덕 핵발전소 건설은 무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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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월 9일, 우리는 역사적인 날을 맞게 된다. 이날은 삼척시민들이 주민투표라는 가장 민주적인 방법으로 핵발전소 건설이라는 잘못된 국가 정책에 제동을 거는 날이다.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삼척 시민들과 협조자들께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삼척은 이미 전임 시장에 대한 주민소환 시도로 그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바 있다. 비록 조직적인 방해로 인해 소환은 실패했지만 시민들은 결국 지난 지방 선거에서 탈핵 후보를 시장으로 선택했다. 이 사실 자체만으로도 정부는 핵발전소 유치 과정에서 주민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았다는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주민투표의 의미를 축소하고자 선관위는 법적 근거도 없이 주민투표에 대한 협조를 거부했다. 한수원과 정부도 자치단체장이 바뀐다고 국가정책이 흔들려선 안 된다며, 주민 의사는 전혀 개의치 않음을 드러냈다. 그러면 왜 유치를 신청할 때에는 주민 의사를 반영하여 지자체 장이 신청한 것이라고 주장했던가. 이는 핵발전소 유치가 처음부터 주민 의사와는 상관없는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였음을 자인한 꼴이다.
사실 핵발전소를 짓기 시작한 3~40년 전은 군부독재시절이었다. 당시에는 주민의 동의를 구할 것도 없이 무조건 밀어붙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이 주인인 시대다. 지자체나 중앙 정부는 국민이 세금을 들여서 봉사하라고 만들어 놓은 기관이다. 따라서 정부는 국민이 헌법에서 보장하는 권리들을 누릴 수 있도록 봉사해야 한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주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고 집행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주인이 싫다면 머슴은 그 뜻을 따르는 게 상식이다.
그렇다면 먼저 핵발전소가 어떤 것인지 주인인 국민에게 상세하게 고해야 한다. 핵발전소를 건설했을 때 지역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농작물이나 수산업에 별 피해는 없는지, 주민들 특히 우리 아이들의 건강은 괜찮은 것인지 알고 싶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 나아가 사고가 났을 때 과연 대처방안은 있는지, 점점 포화상태에 가까워지는 핵폐기물은 어떻게 처리할 것이며, 수명이 다한 발전소는 어떻게 폐로할 것인지 참으로 궁금하다. 아무리 먹고 사는 게 중요하다지만 억만금을 준다한들 누가 생명과 바꾸겠는가. 굶을지언정 자유를 누리며 사람답게 살고 싶은 것이 모두의 바람이다.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객관적인 자료를 검토한 후 이것이 정말 안전하고 우리 지역에 필요하다면 주민들은 흔쾌히 핵발전소 유치를 찬성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한수원은 철저하게 진실을 은폐한 채 거짓 선동만을 일삼고 있다. 핵발전소가 지역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지역발전기금이라는 달콤한 사탕으로 주민의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고 있다. 과거엔 이런 혐오시설을 대도시와 멀고 주민이 적으며 학력이 낮은 지역을 대상으로 추진했고, 그런 작업이 먹혀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사실을 은폐하고 왜곡한다고 그대로 믿을 거라는 생각은 주민을 기만하는 처사이다. 후쿠시마 사고가 터지기 훨씬 이전부터 삼척과 영덕 주민들은 핵의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핵발전소와 핵폐기장을 20년 이상 막아내 왔던 것이다.
핵발전소가 정말 안전하고 좋은 것이라면 다른 나라에서도 많이 추진해야 하며, 국내에서 너도나도 유치를 신청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핵발전소는 세계적으로 그 개수가 자꾸 줄어드는 사양 산업이며, 또한 고리, 월성, 울진, 영광 지역 어느 곳에서도 주민 삶의 질이 높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오히려 인근 주민들은 방사능에 피폭되어 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재산권에도 막대한 손해를 보며 하루하루 울며 겨자 먹기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 주민의 동의 속에 추진한 경주 방폐장은 어떤가. 아무 문제 없다던 지하에는 하루 천 톤 이상의 지하수가 흘러들고 있다. 그리고 법적인 관리 기간이 지나면 핵폐기물이 침수되어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100%라고 한다. 또한 방폐장 주변 지층은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활성단층이 여러 개가 겹쳐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 규정 상 방폐장 부지로서 적합하지 않음에도 한수원 측은 처음에는 몰랐다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일 지역 주민이 사전에 이런 사실을 알았다면 방폐장 유치를 찬성했을까. 방송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았다면 저들은 여전히 주민을 속이며 사업을 추진했을 것이다.
우리는 안전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을 원한다. 이는 정부 정책에 주민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때에만 가능하다. 핵발전은 단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라 전체의 명운이 걸린 중차대한 문제이다. 그런 문제를 단지 예정 부지 내의 주민들과의 합의로 마무리 지으려는 정부는 국민을 여전히 주인이 아닌 아랫사람쯤으로 보는 것과 같다.
우리 국민은 불안한 전기를 쓰느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한 세상을 원한다. 이런 국민의 염원을 무시한 채 대기업을 배불리기 위해 추진하는 핵발전 확대 정책은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주민을 배제한 채 추진했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로이 주민의 동의를 구해야 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해 봉사하고 국민의 녹을 먹고 사는 공직자의 바람직한 자세이다.
우리 영덕, 포항, 경주 시민은 비민주적인 핵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며, 아름다운 강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14년 10월 6일
영덕핵발전소유치백지화투쟁위원회/영덕핵발전소반대포항시민연대/경주핵안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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