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준설토 해양투기를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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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준설토 해양투기를 중단하라
이 바다를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
해양투기가 부활될 조짐이다. 해양수산부는 5월 3일 보도자료[1]를 내고 준설토를 활용해 해양투기해역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오염된 해역에 갈 곳 없는 준설토를 쏟아 붓겠다는 뜻이다. 해양투기가 전면 금지된 지 다섯 달 만에 나온 발표다. 해수부는 앞서 2월과 3월에 바다 관련 환경단체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 이 같은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를 비롯해 복수 단체가 준설토 활용 계획의 문제점을 지적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수부가 이런 고집에 명분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연구 결과부터 애매모호하다. 해수부가 용역 발주하고 결과를 인용한 연구[2]에 따르면,준설토 피복으로 인해 표면 중금속 농도가 줄고 저서생물 건강도 지수(AMBI)가 개선됐다고 한다. 투기해역의 오염된 밑바닥을 덜 더러운 준설토로 ‘가리고’,‘희석’했으니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그러나 2015년 한국환경준설학회 춘계 학술대회서 나란히 발표된 다른 연구[3]에서는 관점에 따라 저서생물군집 평가지수(BPI)가 널뛰기를 하거나, 오히려 나빠지기도 하는 등 준설토 피복에 의한 의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연구와 정책 전반에 걸쳐 조급함이 읽힌다. 올해 저명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논문[4]등에 따르면 저서생물 건강도 지수는 해역에 따라 오염을 판정하는 성능이 달라지기 때문에 적어도 5년 이상, 100여개 이상의 정점을 조사하여적합한 지수를 선정해야 한다. 해수부가 인용한 연구에서는 다양한 지수의 적합성부터 평가하는 이러한 과정이 없다. 준설토 입자가 가라앉으면서 부유생태계에 미칠 피해 역시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적조생물을 방제하기 위해 뿌리는 황토입자보다도 환경영향이 큰 준설물을 뿌린다면 바다의 1차 생산을 담당하는 부유생태계는 큰 피해를 받게 된다. 흙 입자에 스치기만 해도 플랑크톤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입자 크기에 따라 1000m 수심에 가라앉기까지 수 일, 길게는 20년이 걸리는 준설물의 환경영향이 신중히 검토됐다고 보기 어렵다. 차라리 1회성 조사의 연구자료만을 가지고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하는 편이 더 객관적이고 책임 있는 결론일 것이다.
보도자료 내용도 자가당착을 안고 있다. 해수부는 해양배출 저감에 따른 효과를 기술하면서,배출해역의 중금속 농도가 해역에 따라 10년 전에 비해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77%까지 줄고,과거 3~5등급을 보이던 저서생태계 건강도 지수(AMBI)도 1~3등급으로 개선됐다고 전했다. 해양배출량이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이 정도 효과를 볼 수 있다면 굳이 준설토 피복을 강행할 이유가 없다.
바다에 폐기물을 버려 가장 재미를 본 사람이 누구였나. 바로 기업이다. 수십 년 동안 바다 생태계의 죽음을 헐값으로 지불하고 주머니를 불렸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 뒤처리는 국민의 세금으로 충당하자고 하니,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이 딱 맞다. 만에 하나 준설토 해양투기의 실효성이 확인됐다 한들, 오염된 바다의 공동주인으로서 불쾌하기 짝이 없는 제안이다.
이러한 해수부의 고집은 국제정서와도 거리가 멀다.오염물질의 해양배출에 관한 국제협약은 오염자 부담 원칙과 사전예방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준설토 해양투기를 ‘해역복원’으로 포장하려는 해수부의 계획은 오염자인 산업계를 쏙 빼놓은 뒷감당 방식이면서, 동시에 사전 예방의 뜻과도 닿아있지 않다. 해수부는 선진국 사례에 기대를 거는 눈치지만, 런던협약의 1996년 의정서는 준설물을 하수오니 등과 함께 분류한다. 이들은 심의대상 ‘폐기물’이다. 오염원을 억제하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또 육상처리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평가하고, 불가항력적일 경우에만 영향을 철저히 검토해 바다에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해수부가 국제협약의 권고를 준수하기 위해 바다오염의 사전 예방을 먼저 고민한 흔적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해수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 해수부는 해양투기가 계속되던 당시에도, 덜 오염된 폐기물이 투기해역을 희석시킨다는 논리를 펼쳤다. 농도는 낮아질 지 몰라도 오염물질의 절대량은 오히려 늘어날 뿐이다. 1995년부터 집계된 우리나라의 준설토 해양투기는 작년까지 3334만 5천 톤을 기록했다. 투기해역에 버려진 준설물은 2011년 12만 3천 톤이던 것이 2015년에는 57만 7천 톤으로 양과 비율이 크게 늘었다. 해양투기가 끝나지 않은 것이다. 해수부는 이번에도 투기를 복원으로 바꾸고, 중금속 섞인 바다를 준설토로 희석시키며, 과거의 잘못을 가리려 하고 있다. 바다를 쓰레기장으로만 여기던 ‘가짜 해양수산부’에서 단 한 걸음도 앞으로 가지 못했다.
5월 31일. 대한민국 정부가 정한 바다의 날에 대한민국 정부를 꾸짖는 이 기막힌 일이 더는 없어야 한다. 해양수산부는 현재의 준설토 해양투기 계획을 백지화하고, 유의미한 연구결과가 축적될 때까지 기다리며 바다를 살펴야 한다. 해양투기 중단 반 년도 안돼 복원계획을 내놓으려는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어설픈 연구결과로 저 넓고 깊은 바다를 복원할 수 있으리란 만용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똑똑히 기억해야 한다. 과거는 희석되지 않는다. 바다는 쓰레기장이 아니다.
2016년 5월 30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1]160503(석간) 해수부, 육상 폐기물로 오염된 바다를 복원한다(해양수산부 해양보전과)
[2]폐기물 배출해역 오염퇴적물의 준설토 피복에 의한 복원 가능성 타진 (정창수/한국해양과학기술원,류선형/해양수산부)
[3]준설물 피복이 해양배출해역의 저서생물 군집에 미치는 영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최진우 외 3명)
[4]Ryuet al, 2016, Performance evaluation and validation of ecological indices toward site-specific application for varying benthic conditions in Korean coasts, 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 Vol. 541, pp. 1161-1171
[5]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는 바다환경보호를 목적으로 2005년 설립된 환경운동연합의 상설위원회입니다. 속초고양양양/포항/울산/부산/마산창원진해/통영거제/여수/보성/목포/제주/서산태안/인천 등 해안가에 위치한 10여개의 환경운동연합 지역조직들과 환경보건시민센터, 복미디어 등과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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